윤석열 정부가 추구해야 할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간 혼재된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정부가 주도해 플랫폼 중심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육성하고 있는 현 벤처 정책도 ‘난센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부도 협업 부처로서의 기능을 이탈한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기청장)는 “정부 부처는 대부분 기능별 조직이지만 중기부는 대상의 지원 부처라 매트릭스 조직처럼 다른 부처와 협업해야 하는 조직”이라며 “과거 정치인 출신 장관이 부임하면서 스마트 제조혁신이나 ‘빅3’(미래차·시스템반도체·바이오) 등 다른 부처 영역에 들어가 협력없이 독자 추진해 갈등을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부는 기업의 창업, 성장, 혁신 중심의 기업정책을 맡고 산업부는 산업의 발전, 혁신 중심의 산업정책을 맡는 당초 원칙대로 기능을 재조정해 협력과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의 에너지, 자원, 통상 기능을 빼고 모두 중소벤처기업부와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정화 한양대 명예 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영국도 기업 관련 부처간 협력이 안되자 '기업혁신부'로 하나로 합쳤다"고 소개했다. 그는 "코트라의 수출 지원 기능,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연구·개발(R&D)지원, 산업단지 입지 지원, 뿌리산업 육성 등 기존 산업부 업무는 대부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중기부 중심의 통합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여소야대'국면에서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정부부처 개편이 실행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 교수는 "만약 산업계열 부처가 통합된다면 혁신성장 정책의 주도권을 기획재정부가 맡기보다 기업 현장을 잘 아는 통합부처의 장관이 맡고 그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킬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중기부는 4차 산업혁명 시기의 제조 기반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과거엔 모방 경제와 노동 경제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혁신으로만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규제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일을 개인의 행복과 가치 혁신을 위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고생이라고만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사회 경험이 적은 대학생의 창업 지원을 촉진하는 현 정책도 폐업률만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임 교수는 "사회생활 경험 없이 곧바로 창업으로 유도하는 것은 초보운전자에게 영업용 화물트럭을 맡기는 격"이라며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졸업생에게 먼저 지원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따르면 새 정부는 ‘중소기업 생산성 특별법(가칭)’도 제정할 방침이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이명박·박근혜 정부때 시행해온 범부처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정책이 2013년 6월 사라진 후 9년여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중기생산성특별법 제정을 주장해온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 극복과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일터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여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인들의 폐업 후 재도전을 지원해 사업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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